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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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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신부님 머리 모양만 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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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머리 모양만 보다가


윤원진 신부. 대구 파티마병원 원목


너희는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나갔더냐?(마태 11.2-11)


언젠가 외국 여행을 갔다가 주일미사를 드리러 성당을 찾았다.

자리에 앉았는데 느낌이 매우 새로웠다.

신자 속에 앉아 제대의 신부님을 바라보니

신자들이 이런 느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론이 시작되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저 신부님은 몇살일까...뒤에 앉은 복사들은 몇살일까..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미사는 최고의 기도라는데 함께 기도할 수 없고

성가도 따라 부를 수 없어서 성가대의 노래를 감상만 했다.

연습을 많이 했구나...성가대원들 중에 남자도 많네..하며...

이렇게 집생각이 가득한 채로 미사를 드릴 수는 없겠다 싶어

휴대폰으로 한글 미사 경본을 찾았다.

신부님이 읽고 있을 부분을 찾아 속으로 함께 읽으며 기도하니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마침내 성찬 제정문이 나왔고

미사 때 늘 하던 기도라 눈을 감고 경건하게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신부님이 허리를 굽히고

하시는 기도를 따라 했다.

이어서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하고 나 역시 눈을 감고 기도하며

한국에서 드렸던 미사를 떠올렸다.


그러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 눈을 떠보니

주변의 신자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제대를 향해 두 손을 들어 축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는 눈빛이었고 앞에 앉은 아주머니는

옆 사람에게 저 사람 이상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나는 얼른 손을 내리고 열심히 기도하는 척했다.

미사 중에 나도 사제라고 설명할수도 없고

도망 나올 수도 없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까지 드렸던 미사 중 가장 민망한 순간이었다.


미사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아무것도 머리에 남아있지 않았다.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신부님의 머리 모양뿐이었다.

그야말로 신부님 구경만 하다 온 셈이었다.

구경만 하지 않으려고 사제의 기도를 따라 하다가

민망한 일만 겪었다.


그러다 혹시 내가 드리는 미사에서도 신자들이 이렇지 않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론을 하고 기도문을 바쳐도 구경만 하는 신자들.

말씀의 내용보다 사제의 머리 모양만 살피는 사람들.

성가를 부르며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가대의 노래를 감상하는 신자들...


예수께서는 우리가 미사를 드릴 때

무엇을 구경하러 나갔더냐...하고 물으신다.

사제를 구경하러 갔더냐...

해설자의 목소리를 평가하러 갔더냐...


거룩한 미사를 구경만 하지 않고.

마음을 모아 기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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