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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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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신앙은 가정 공동체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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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가정 공동체에서 출발한다.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

왕실 관리는 예수님께 주님, 제 아이가 죽기 전에 같이 내려가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 아버지는 바로 그 시간에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와 그의 온 집안이 믿게 되었다.(요한4,48~53)

 

어느 병원 원목 신부님께서 평일 미사를 끝내고 잠시 묵상에 잠겨 있을 때였습니다.

이때 요란한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불길한 생각을 떠올리면서 수화기를 들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평소에 알고 지내던 형제님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 응급실에 입원했다며

병자성사를 청하는 전화였습니다.

 

부랴부랴 응급실로 달려갔더니 여기 저기 부러지고 얼굴 부위는 붕대를 두른 채

겨우 한쪽 눈만 내어놓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너무 급하게 당한 일이기도 하고 또 얼굴 상처가 너무 심한 것 같아

뭐라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하고 신부님은 그의 손을 잡고 그저

형제님 어떻게 된 일이십니까?”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조용히 신부님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의 한쪽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면서 얼굴을 감은 붕대를 적시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으면서 차분히 가라앉은 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신부님!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염려 마세요. 괜찮습니다.

하느님께서 너무 오래 참으신 것이지요!”

 

그 형제님의 짧은 말속에서 깊은 의미를 알 듯하여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서로 손을 잡은 채 침묵만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선 너무 오래 참으신 것이지요!”라는 형제님의 말 속에는

이 큰 사고에서 살아난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

어쩌면 당연히 일어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는 뜻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고를 통해서 그가 볼 수 없었던 자신의 과거를 멀쩡히 남은 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또 그럼에도 하느님께서 버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주셨다는 데에 감사가 서려 있는 말이었습니다.

 

주님께는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미루신다고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는 약속을 미루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2베드3,8~9)

 

표징과 이적은 그걸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늘 상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그친 적이 없었는데 자기 일이 아니라고 무관심했기에

마치 딴 세상 이야기이며 복음서에나 나오는 과거의 사건이라고 여긴 것뿐입니다.

 

원목 신부님들이 제일 난감한 때가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환자와 그 가족의 절규를 들을 때랍니다.

의사들도 포기한 상태에서 기도밖에는 달리 어찌할 수 없는

신부님들 자신의 인간적 한계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환자와 그 가족들이 비록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위로를 받고 병원을 나간다는 것입니다.

고통과 불행을 겪는 과정 속에서 한 가족 공동체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위로를 받고 나서는 것을 볼 때마다 여전히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깊이 느낀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왕실 관리는 죽어가는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하여

체면 불구하고 예수님께 매달렸습니다.

남들이 혹여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는데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너희는 표징과 이적을 보지 않으면 믿지 않을 것이다.”라고

약간 힐난하는 듯한 예수님의 말씀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 그는 예수님 말씀을 믿고 떠나갔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궁극적으로 치유 받은 사람은 아들이 아니라 왕실 관리였습니다.

그는 예수께서 자신의 아들을 고쳐주실 것이라 믿었기에 이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환자 가족들의 믿음을 굳건히 함으로써 환자를 치유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예수께서는 전혀 행동하실 필요가 없었습니다.

대신 환자 가족들의 믿음을 통해 병자가 나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셨습니다.

병자가 소속된 공동체를 치유하신 셈이었습니다.

 

요한저자도 이야기 말미에 그리하여 그와 그의 온 집안이 믿게 되었다.”라고 언급하여

예수님의 의도를 충실히 전합니다.

 

사도행전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오로와 실라스가 귀신들린 점쟁이를 고쳐주었더니

그녀의 주인이 금전적 손해를 보자 행정관에게 고소했습니다.

행정관은 바오로와 실라스에게 매질을 하고 감옥에 가두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날 자정 무렵에 지진이 일어나 감옥 문이 열렸지만 두 사람은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이때 이 모든 것을 안 간수가 두 분 선생님,

제가 구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그와 온 가족이 세례를 받았다.

하느님을 믿게 된 것을 온 집안과 더불어 기뻐하였다.”(사도16,33~34)

 

이렇게 하느님의 은총은 가족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뭉칠 때 더 크고 확실하게 다가옵니다.

 

탈출기 424절에는 놀랍게도 하느님께서 손수 뽑으신 모세를 죽이려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자 이방인 처 치포라가 날카로운 차돌을 가져다 제 아들의 포피를 자르고서는,

모세의 발에 대고 나에게 당신은 피의 신랑입니다.” 하고 말하였다고 나옵니다.

 

이 대목의 해석이 매우 어렵지만, 그럼에도 하느님의 큰일을 맡은 사람은 신앙생활에서

한 가정이 안팎으로 온전해야 함을 나타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지도자는 믿음에서 솔선수범해야 하며 백성들에게 시빗거리를 줄 사항을

남김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우리도 자녀들이 주님을 영접할 수 있도록 신앙의 모범을 보여 성 가정을 이뤄나가야 하겠습니다.

가정은 사회와 교회의 가장 뿌리가 되는 공동체입니다.

뿌리가 건강해야 교회도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 윤경재 요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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