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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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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나는 반드시 죽는다
name 운영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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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반드시 죽는다."

    얼마 전 정년퇴직을 앞둔 친구가 직장에서 쓰러졌다.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일으킨 그는 동료들이 걱정하자 ‘이러다가 괜찮아진다.
    전에도 그런 적이 있다가 말짱해졌다.’ 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병원에 가는 도중 숨졌다.
    그런지 얼마 후에 가끔씩 만나던 후배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날벼락 하나가 또 날아들었다.

    늘 듣던 남의 죽음도 가족이나 친구가 당할 때는 새삼스럽게 충격적이다.
    그런 후로 나는 죽음과 좀 더 친해지기로 했다.
    삶의 얼굴이야 거울에서 늘 친숙하게 보고 있지만
    죽음의 얼굴은 가면처럼 두렵기 때문에 늘 거절하고 외면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는 반드시 죽는다.’ 는 말과
    ‘죽음은 도둑처럼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면서도
    그런 불길한 소식들이 날아든 후에야 우리들은 또다시 죽음을 떠올린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우리는 어떻게 잘 살까만 골몰하고 있을 뿐,
    어떻게 잘 죽을 것인지 궁리해보지 않는다.
    죽음이 우리 곁에 그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잘 죽을까 생각하기 시작하자 놀랍게도 내가 이 세상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지 우선순위들이 저절로 정해졌다.
    그리운 사람들은 자주 만나야지. 누군가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도 미루지 말고 해야지,
    가고 싶은 곳도 계획을 세워보고, 글도 꼭 쓰고 싶은 것을 먼저 쓰고,
    영혼의 정화를 위해 기도도 더 열심히 해야지,
    그리고 버릴 것은 빨리 버리고 책상 서랍도 말끔히 치어둬야지… 등등.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 생각하는 순간 놀랍게도 잘 사는 방법이 저절로 나왔다.

    특히 내일 죽을 사형수가 되어보는 순간 삶은 더욱 긴박하고 간절해졌다.
    이제 모든 고통과 갈등은 내일이면 깔끔하게 해결 될 것이리라.
    그토록 증오하고 미워하던 일도 부질없는 짓이었으며,
    놀라운 아이디어가 떠올랐지만 어디에 써먹을 것인가.
    로또가 당첨되어 벼락부자가 되어도 기쁘지 않을 것이며,
    그토록 열광하던 축구 경기도 싸늘하게 관심이 식어버렸고,
    꽃을 봐도 무심해지고, 맛있는 음식도 입맛이 없다.
    그리고 우주에 새 별이 발견된들 그게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런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단지 걱정되는 것이 딱 하나 있긴 있다.
    '이제 나는 하느님 앞에 어떻게 고개를 들 것이며
    지은 죄를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빨리 죽을 줄 알았다면 내가 왜 그렇게 살았단 말인가?


    -의정부교구 주보(05.7.3) "삶의 향기" - 유홍종 베르나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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