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에도 세상 어느 곳에선가.
그러니까 낡은 교회당 담벽에서.
혹은 어느 가정 집에서.
혹은 쓸쓸한 골목길 한 모퉁이에서
어떤 가난한 사람이 두 손을 모으고
자기 비참의 심연에서부터
누구에겐가 고백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면서.
또는 숫제 아무 말도 없이
착하신 주님께 감사드리고 있을 것이다.
끝내 자기를 자유롭게 해 주셨음을.
드디어 누군가를 사랑할 힘을 주셨음을
감사드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지금 어디선가는
한 어머니가 더 이상 뛰지 않는 어린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면서.
혹은 어느 어머니가 죽은 아이를 떠나 보내면서
모든 꿈을 잃은 가냘픈 신음소리를 내면서
하느님께 하소연할때.
거기 놀라운 음성이 들려 올 것이다.
곡식 낟알을 흩어 뿌리는 손처럼
창공에 별들을 뿌리시던 음성.
하늘과 땅을 부르르 떨게 하시던 음성이
그 어머니의 귀에다 다정하게 소근거리실 것이다.
『 용서해다오. 언젠가 너도 알 날이 올 것이다.
내 뜻을 알아듣고 내게 고맙다고 할 날이 올것이다.
그러나 지금 네게 할 말은 이것 뿐이다.
미안하다. 용서해다오.』
이 외로운 여인과 저 초라한 이는
지금 신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우주 창조의 심부(深部) 에.
하느님의 비밀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다.
그것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
언어란 이해를 돕는 구실을 한다.
그리고 이사람들이 이해한 것은.
최소한 지성과 모순되지는 않겠지만
지성보다 상위의 기능. 혹은 정신의 모든 기능에
두루 뻗쳐 있으면서
그모든 기능을 일시에 동원하는,
영혼의 심오하고 저항할 길 없는
움직임에 의하여 이해한 것이다.
그렇다 !
저 초라한 남자나 비극을 당한 여인이
자기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
창조의 신비가 그들 안에 겸허하게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의 인간적 여정을 송두리째
이 모험에 내걸고 나아가다 보면.
그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가득히 채워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자기네가. 聖 바오로의 말마따나
다른 그리스도가 되어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그들은
성인(聖人) 이다.
- '사랑의 회복' 序文 / 루이 에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