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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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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성모님과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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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님과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

      임문철 시몬 신부 


      30여 년 전 사제 초년병 시절, 어느 공소에서의 일이다.

      한 할머니가 고해를 하는데 아주 열심한 분이셨다.

      죄라고 할 만한 것도 없어서 보속으로 묵주기도 5단을 하라고 했더니

      다른 보속을 달라고 한다.

      “신부님, 저는 집에서 종일 묵주기도만 하는데

      다른 보속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보속으로 묵주기도 5단을 주려면 망설여진다.

      너무 무거운 보속이 아닐까?

      그래서 보통은 묵주기도 1단으로 타협하고 만다.


      레지오 단원들에게 활동과 기도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수레의 두 바퀴이다.

      활동을 위해 오가는 시간까지 다 포함해서 일주일에

      두 시간이 최소한의 의무인데도 그 마저도 힘들어 하는 단원이 많고,

      하루 묵주기도 5단씩 일주일이면 35단이 기본인데도

      그 마저 외상으로 보고하고 다음 주에 갚아야지 하는 단원들도 많다.


      신앙인에게 기도는 호흡이라고 한다.

      누구든지 “숨 쉬어야지, 안 그러면 죽는다.”하고

      숨 쉬는 사람이 없고 그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숨은 쉬고 있는 것처럼

      “기도해야지”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기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신앙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산소 호흡기 달고 있는 중환자처럼

      기도하기가 힘든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우리가 묵주기도의 맛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묵주기도는 성모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기도이며,

      기도를 배우기 시작하는 초보자부터 관상에 이른 이들에게까지

      모두 적합한 기도이기에 묵주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기도를 배우고,

      더 깊은 기도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왜 성모님께서는 기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요청하시면서

      꼭 묵주기도를 말씀하시는가?

      그것은 성모님께서 바로 우리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가장 기쁜 시간은 언제인가?

      어머니가 언제 가장 즐거워하시는가?

      바로 자녀와 함께 할 때이다.

      묵주기도는 어머니와 우리 자녀가 함께 하는 시간이다.

      자녀인 우리가 어머니와 눈을 마주치며 옹알이 하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묵주기도를 바칠 때 가장 힘든 부분이 분심이다.

      묵주 알을 돌리다 보면 지금 몇 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런 저런 분심에 휘둘리다 보면

      우리가 기도를 한 건지 아닌지 조차 헷갈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렇게 분심 중에 아무리 많이 기도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걱정하게 되고, 차라리 한 단이라도 성의껏 분심 없이 바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며 묵주를 주머니에 넣어버리게 된다.


      고요한 성당에서 무릎 꿇고 바치는 한 단의 묵주기도가,

      집에서 성모상 앞에 촛불을 켜고 드리는 한 단의 묵주기도가

      분심 중에 수십 단을 바치는 것보다 더 어머니 마음에 드는 기도가 될 것처럼 생각한다.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는 “기도는 지존하신 하느님께 말씀드리는 것이며,

      우리가 임금 앞에서 횡설수설 한다면 경을 치게 되는 것처럼

      기도할 때에는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전쟁 막기 위해 성모님과 함께 묵주기도 바쳐야

      그러나 이런 생각은 한편으론 맞는 말이지만 한편으론 틀린 말이다.

      묵주기도는 하느님께 바치는 기도이면서 동시에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하는 기도이며,

      어머니 마리아가 부족함을 메꿔 주시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묵주기도는 장미꽃 화환이라는 뜻이다. 그 뜻 그대로 우리가 묵주 알 하나 하나

      기도를 드릴 때 장미꽃이 한 송이씩 피어난다.

      우리가 묵주기도 5단을 바친다면

      온전히 피어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송이가 몇 송이나 될까?

      여기 저기 썩어가는 꽃송이들, 시들어가는 꽃송이들,

      심지어 뭉치로 빠진 꽃송이 화관이 될 것이고,

      차마 하느님께 걸어드릴 염치가 없는 쓰레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묵주기도는 성모님과 함께 성모님을 통하여

      드리는 기도의 화환이기에 안심하고 바칠 수 있다.

      시든 것은 물을 뿌려 싱싱하게 되살리시고,

      썩은 곳은 도려내어 새 꽃잎으로 바꿔주시고,

      빠진 곳은 당신이 메꿔주시어

      하느님께 걸어드리는 화관이 되는 것이다.


      루르드에서 나타나신 성모님의 이야기이다.

      “벨르나데트가 묵주의 기도를 올리면서 하나하나 묵주 알을 넘길 때마다

      부인도 따라서 자기 손에 든 묵주 알을 넘겼다.

      그리고 영광송은 베르나테트와 합송했다.”

      성모송은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이기에

      성모님께서 합송하시지는 않으시지만, 영광송은 합송하신다.

      이것이 우리가 묵주기도를 바칠 때 이루어지는 일이다.

      우리가 묵주 알을 넘길 때마다 성모님도 함께 묵주 알을 넘기신다.

      우리가 분심 중에 바치느라 빼먹은 부분은 당신이 대신 바쳐주시고,

      부족한 부분은 당신이 메꿔주신다.

      그러니 묵주기도는 얼마나 은혜로운 기도인가?


      지금 우리나라에는 전쟁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우리는 전쟁의 위협이 북쪽의 일부 사람들에게서 온다고 여긴다.

      마치 그들만 없다면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고 평화가 올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파타마의 성모님께서 분명히 말씀하시는 것처럼,

      전쟁은 인류의 죄악에 대한 하느님의 징벌이다.

      그러므로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죄악의 생활에서 돌아서야 한다.

      우리의 죄로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린 것을

      보속하는 마음으로 성모님과 함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영성체하며,

      죄인들의 회개를 위해 희생하는 우리가 아니면 전쟁은 막을 수 없다.


      토마스 머튼은 “칠층산”이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느님의 모친이여,

      당신은 여러 번이나 우리에게 나타나셨으며,

      산과 숲과 언덕에서 장래 닥쳐올 사정을 말씀하셨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듣지 못 하였나이다.

      언제까지 우리의 귀가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여

      지겨운 지옥의 아가리로 머리를 향하고 있겠나이까?”


      성모송 한 번도 분심 없이 바치기 어려운 나약한 우리들이지만,

      전쟁의 참화로 고난을 겪을 자녀들을 위해 간청하신

      어머니의 간절한 호소에 응답하고자 하는 자녀다운 효성으로

      묵주기도를 바치고자 한다면 어머니께서 함께 해 주시고

      “티없으신 성심이 결국은 승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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