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고 말할 정도로 
우리 조상들은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사람을
천박한 사람으로 여겨 가까이하지 못할 사람으로, 여겼습니다. 

일상적인 말에서도 
이렇듯 엄격한 우리 어른들은 "예"와 "아니오"에 대해서는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예"와 "아니오"는 다른 이의 생각이나 말을 귀담아듣고 
그에 대해 자기 판단을 내리는 행위입니다. 

이 두 마디 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 갔으며, 
영웅이 되기도 하고 간신배가 되기도 하였는지요. 

상대의 생각이 옳고 그름을 떠나 
무조건 "예, 예" 하는 사람은 줏대없는 사람, 
간신배, 아부꾼이라고 부르며, 무조건 "아니오"를 내뱉으며 
반대부터 하고 보는 사람을 우리는 멀리하게 됩니다. 
 
한국의 수많은 순교자들, 그분들은 자신들의 믿음과 반대되는 것을, 
즉 배교를 강요받았을 때, 죽음으로 "아니오"를 대신하였고,
결국 우리는 그분들의 용기와 믿음을 칭송하게 되었습니다.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말씀에 "예" 하고 대답하였기에, 
그것을 지키고자 목숨을 바치신 수많은 순교자들을 
우리 교회는 자랑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말한 것에 동의합니다." 
"그렇지요. 당신 말이 옳아요!" 
"참으로 그래요."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전례 안에서 사용되는 "아멘" 입니다. 

우리는 전례중에, 
특히 미사중에 사제가 기도를 마칠 때마다 "아멘" 하고
말함으로써 사제의 기도에 동의를 표합니다. 
 
사제가 드리는 기도 후에 
"아멘"으로 응답하는 것도 기도 내용을
다 이해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만일 내용도 알지 못한 채 
"예, 맞아요" 라고 한다면, 
이는 하느님을 조롱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신자들은, 사제가 드리는 기도에 "아멘" 하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사제의 기도를 잘 듣고,
그뜻을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사제가 정확한 발음으로 천천히 기도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미사중의 "아멘" 중 가장 중요한 "아멘" 이 두 군데 있습니다.  

하나는 사제가 
교회의 가장 장엄한 기도인 감사기도를 마치면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전능하신 천주 성부 
모든 영예와 영광을 영원히 받으소서" 하고 기도하면
그때 모든 신도가 
이 사제의 기도에 동의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아멘" 하고 응답하는 부분입니다. 

이때문에 감사기도 후의 "아멘"은, 
사제가 백성을 대신해서 드린 찬미와
감사의 기도에 신자들도 동참한다는 것을 드러내므로 
보통 성대하게 노래로 표현합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성체를 받아 모시는 순간, 사제가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하면 "아멘" 하고 대답하는 부분입니다. 
 
영성체하는 순간의 "아멘"은 중요한 신앙고백의 순간입니다.  

성체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말하는 사제에게 
 "예" 이 빵이 그리스도의 몸임을 믿습니다" 라는 말을 
 "아멘"으로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그만 밀떡 하나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알고 
받아 모시는 신앙의 표현인 이 "아멘"을 똑똑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발음해야 할 것입니다.

[ 김인영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