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을 미워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그리스도 신자들을 시기 질투하는 삼구(세속, 육신,마귀)는 온갖 수단으로 우리를 유혹하여 죄에 빠뜨림으로써 영혼에 치명상을 입히려고 항상 애를 쓰고 있습니다.

원죄로 말미암은 취약성(脆弱性) 때문에 우리가 불행히도 그 유혹에 넘어가 죄를 범한 경우를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많은 신앙인들 가운데는 죄에 빠져 영혼의 초자연적 생명이 시커멓게 더러워졌는데 유감스럽지만 할 수 없다 라는 자포자기적인 생각으로 적당히 치우려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우리가 범한 죄, 특히 대죄는 항상 우리의 영혼을 짖누르고 양심의 가책과 불안을 느끼게 합니다. 이런 죄를 그대로 두고서는 결코 하루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있을 수 없습니다.

육체가 중병에 걸렸을 때 '저절로 낫겠지' 하고 태연하게 누워있는 사람이 없듯이 우리는 영혼에 도덕적인 병이 생겼을 경우에 즉시 손을 써서 그 병을 치료하려고 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주님께서는 무한하신 자비로 우리 영혼의 병을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하게 치료하는 병원을 차려 주셨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고해성사입니다.

우리의 육신 생명은 한 번 죽으면 절대로 다시 살아날 수 없으나, 성교회의 병원인 고해성사는 대죄로 인해 잃어버린 은총의 생명을 언제라도 소생시켜 영적 건강을 되찾게 해줍니다. 여기서 고해성사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중의 하나는 우리가 아무리 수덕에 힘써 완덕의 절정으로 나아간다 하더라도 속세에서 사는 동안은 죄인의 처지를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항상 고해성사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고해성사의 직접적인 목적은 물론 죄 사함을 받는 것이지만 또한 그 간접적인 목적이 우리의 수덕 생활에 있어 매우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기 때문입니다. 다시말해 고해성사는 영혼의 상처나 중병을 응급 치료해줄뿐만 아니라 병의 근원까지도 제거할 처방을 마련해 줍니다.

즉 악습의 잡초를 잘라 버릴 뿐만 아니라 그 뿌리까지도 뽑아 버리게 하는 것이 고해성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고백성사의 간접적인 목적으로 고해성사를 규칙대로 자주 진지하게 받음으로 비록 사욕편정을 온전히 제거할 수는 없을지라도 영혼에 해를 끼치는 것들을 말끔히 씻어 없애는 것이 참된 신자의 본분입니다.

우리는 고해성사를 받을때마다 깊은 반성으로 성찰하고, 진심으로 죄를 뉘우쳐 통회하고, 또한 참회하는 정신으로 충분한 보속을 하는 생활이 곧 정화의 길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