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론

다른 표기 언어Deism , 理神論

특히 17세기 전반 에드워드 허버트에서 시작하여 18세기 중엽 볼링브룩 자작 1세 헨리 세인트 존에 이르는 영국의 작가들 사이에서 나타났다. 대체로 이신론은 자연종교라고 부를 수 있는 개념이며, 자연종교란 계시나 교회의 가르침을 통하여 얻는 지식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타고났거나 이성을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종교적 지식체계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자연종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3가지 지적인 관심사에 강한 영향을 받았다. 인간의 이성에 대한 신뢰의 증가, 독단주의와 불관용을 초래한 종교적 계시에 대한 불신, 질서정연한 우주의 합리적 건축자로서의 신(神)의 이해가 그것이다. 르네상스의 인문주의는 인간의 이성이 죄악 때문에 타락했다는 정통 그리스도교의 주장을 거부하고, 인간의 이성은 보편적인 종교적 진리나 윤리적 진리를 초자연적인 계시나 교회의 특수한 가르침과 구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신론자들도 세계의 여러 종교와 그리스도교 교회가 예배방식·신앙생활·교리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그 근거에는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종교적·윤리적 원칙인 이성이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의 이신론자들은 여러 종교의 예배의식과 교리의 피상적인 차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그런 정도는 너그럽게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7세기말에 이르자 많은 이신론자들, 특히 존 톨런드, 샤프츠버리 백작, 매슈 틴들, 토머스 울스턴, 앤소니 콜린스 등은 더욱 공격적이 되어 정통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예배의식을 이성으로 해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로마 가톨릭의 정교한 전례의식과 복잡한 관례규정을 고대 이교도의 미신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들은 개신교 분파들의 건전하지 못한 '광신'과 개인의 엄격한 경건생활 대신, 이성의 종교가 요구하는 건전한 윤리적 노력과 관용을 널리 보급하려고 애썼다.

공격적인 이신론자들과 정통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사이에 벌어진 논쟁은 주로 하느님의 계시에 호소하는 것이 종교의 궁극적 진리를 밝히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많은 정통파 사상가들은 타고난 이성이 종교적 진리에 접근하는 길을 열어 주기는 하지만, 그 진리를 좀더 명확하고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초자연적인 계시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토마스 아퀴나스 이후의 가톨릭 전통은 인간의 올바른 이성을 높이 평가해왔다. 올바른 이성은 신이 계시한 진리와 항상 조화를 이룰 뿐 아니라 신의 자연적인 도덕률을 밝혀낼 수 있는 수단이라고 가톨릭 사상가들은 생각했다. 이신론자들은 자연종교만이 확실하고 타락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면서, 인간의 이성이 확인한 단순한 도덕적 진리에 덧붙여진 그리스도교의 모든 군더더기를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통 유대교와 그리스도교는 신이 인간의 역사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신론자들은 신이 처음에 세상을 창조한 뒤로는 초연한 입장으로 물러앉아 이 세상이 합리적인 자연법에 따라 움직이도록 내버려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주를 안정된 합리적 법칙에 따르는 기계장치로 간주한 뉴턴의 우주관의 명성에 의지한 그들은 세계가 합리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합리적인 창조자의 존재를 추론할 수 있다는 전형적인 주장을 변형시켜 새로운 주장들을 제기했다.

영국과 독일의 이신론자들은 그리스도교 교리를 비교적 온건하게 공격했지만, 부패한 가톨릭 성직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자 성직자에 대한 반발이 컸던 프랑스에서는 그 공격이 매우 적극적이고 신랄했다. 예를 들면 볼테르는 "분별력을 가진 모든 인간, 모든 선량한 사람은 그리스도교 분파가 계속해서 공포에 사로잡혀 있도록 끊임없이 공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많은 철학자들에게 이신론은 완전한 무신론으로 가는 길목의 정거장에 불과했다. 18세기말에 이르자 이신론은 영국·프랑스·독일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가장 우세한 종교적 태도가 되었고, 미국 상류계층의 종교적 견해에도 영향을 주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과 제2·3대 대통령은 모두 이신론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