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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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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이야기] 11- 하늘에 계신 전능하신 '아빠'
name 운영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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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Abba)하느님
 
 
요즈음 조기유학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하루 평균 34명꼴로 초ㆍ중ㆍ고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떠나는 추세라고 한다.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사교육비, '일진회'로 상징되는 험악한 학교 풍토, 그리고 열악한 교육여건 등이 빚어낸 현상일 터이다.

이와 관련하여 꼭 지적되고 있는 사회문제가 소위 '기러기 아빠' 문화다. 아내와 자식들을 외국으로 떠나보내고 생활비와 교육비를 대주기 위해 '홀로' 고생하는 이 시대 '아빠'들 애환을 우리는 이렇게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오죽 부담스러웠으면 기러기 아빠들의 자살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겠는가!

이 시대 아버지들의 고독과 고뇌! 옛날 같으면 그나마 효(孝)라는 것이 있어서 노후(老後)에 보람이라도 있었건만, 요즈음은 주기만 하고 받지는 못할 것을 아예 당연한 것으로 여겨야 하는 허망한 세상이 아닌가.

며칠 전에는 캐나다에서 버릇을 가르치려고 아들에게 회초리를 들었던 아빠를 당국에서 '자녀학대죄'로 기소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잘잘못의 문제를 떠나 이 시대 아빠들의 수난을 대변하는 서글픈 얘기이다.

몇년전 작가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가난하게 자라 고시에 합격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50대 공무원인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췌장암 선고를 받고 몹시 힘들어한다. 아직 가족에게 알리지도 못하고 혼자 죽음을 맞이하면서 친구와 매일 술 속에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애를 쓴다. 다음 편지는 아버지의 자랑인 큰딸이 아버지가 아픈 줄은 모르고 매일 술에 취해서 돌아오는 모습에 실망하며 쓴 편지이다.

"아버지, 전 지금 당신에게 몹시 실망하고 있습니다. 그 실망은 분노에 가깝습니다. 전 언제나 당신이 다른 그 누구보다도 저와 희원이의 훌륭한 아버지이시고 엄마의 남편이기를 기대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매번 저희를 실망시켰습니다. 언제나 술 취한 모습, 그리고 비틀거리고 흔들리고 나약하고 볼품없는 모습, 왜 저희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익숙해야 합니까? 저희도 남들처럼 자랑스럽고 성공한, 그리고 멋진 아버지를 갖고 싶습니다.〔…〕 제 기억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당신은 차라리 남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아버지 인생만을 사셨습니다. 아버지, 그런 당신이 이루어내신 것은 무엇입니까? 누구처럼 거창한 사회의 명성을 이루셨던가요. 아니면 많은 재산을 축적하여 엄마에게 화려한 부귀라도 준비해 놓으셨나요. 그 어느 것도 아니어도 좋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아버지가 진정한 아버지의 자리에 있어만 주셨으면 하는 겁니다. (중략) 아버지를 사랑하고픈 딸이// p.s. 아버지, 전 절대로 이 편지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딸이 써준 이 편지를 소중하게 간직한다. 딸이 쓴 편지이기 때문이다. '아빠'라고 부르며 쓴 편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딸은 어느날 아버지가 불치병과 홀로 씨름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딸은 후회하며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쓴다.

"아빠, 용서를 빕니다. 철없고 경솔했던 저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아빠의 그 깊고 깊은 사랑을 몰라서가 아니었어요. 투정이었는데, 어리광이었는데, 제가 너무 격했어요./ 그동안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요. 제 자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몰라요. 시간이 흐를수록 아빠에 대한 죄스러움이 더해 미처 용서를 빌 기회마저 놓쳐 버렸어요./ 아빠, 얼마나 서운하셨어요. 얼마나 노여우셨어요. 백번을, 만번을 무릎 꿇고 머리 조아려 빌어도 용서받을 길이 없습니다./ 아빠, 차라리 제 빰이라도 때려주시죠. 차라리 밉다고 혼내시어 쫓아내기라도 하시죠. 그랬으면, 정말 그러셨으면 아빠의 품에 안겨 엉엉 울며 용서를 빌었을 텐데요./ 얼마나 외롭고 쓸쓸하셨어요? 얼마나 허무하셨어요?/ 아빠, 부디 절 용서해 주세요./ 한 번만, 딱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사랑하는 아빠, 돌아와 주실 거죠? 기다릴게요./ 사랑해요. 우리 가족 모두 아빠를 사랑해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빠를 사랑해요.// P.S. 아빠, 많이 아프시다죠? 죄송해요. 제가 아빠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불효한 딸의 이 편지 때문에 행복해 한다. 딸이 준 마음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죽음도 그 행복을 앗아가지 못한다.
하느님은 '아빠'시다. 예수님도 하느님을 즐겨 아빠(Abba)라고 부르셨다. 또 우리에게도 이렇게 부르도록 가르쳐주셨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Abba)!"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는 속담처럼 아빠께서는 자녀를 고루 그리고 한결같이 사랑하신다. 우리의 머리카락(마태 10,30 참조), 곧 우리의 남모르는 속사정과 필요와 바람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두신 아빠시다. 언제나 나를 돌보시고, 맞아 주시고, 기를 살려 주시는 아빠시다. 잘나도 못나도 내 삶을 인정해 주시고 돌보아 주시는 분이 아빠시다.

그리고 나는 언제고 '아빠' 앞에 '어린아이'다. 나는 아빠없이 내 삶을 스스로 꾸려 나갈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어른인 줄 안다. 어른으로 행세한다. 어른으로 독립해 사는 것은 너무 힘겹다. 험한 세상을 자기 힘으로 산다는 것은 짐이 너무 무겁다.

우리에게는 '전능하신' 아빠가 계시다. 나를 위해서 모든 것을 사 주시고 모든 것을 해주시고 못하는 것이 없는 '아빠'이시다. 그런데 그 아빠는 '폭군'이 아니시기에 나보다 힘이 세시면서 나를 작다고 깔보시지도 않고 나에게 져주시기도 하고, 내가 억지를 부리면 쩔쩔매시기도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시고, 아플 때 밤새우며 곁을 지켜주시고, 내가 곁길로 빠질 때 줄담배를 피우시며 노심초사하시는 그런 '아빠'시다. 호세아서 말씀처럼 "네가 너무 불쌍해서 간장이 녹는구나"(호세 11,8-9) 하며 애간장을 끓이시는 분이시다.

때로는 찾아오지 않는 자식들 때문에 외로워서 사랑을 호소하시는 분이시다.
"아! 에브라임아, 너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 너희 사랑은 아침 안개 같구나. 덧없이 사라지는 이슬 같구나. … 이 하느님의 마음을 먼저 알아다오"(호세 6,4-6).
그런데 우리는 아빠의 은공(恩功)을 모르고 아빠께 몹쓸 짓을 자주한다.
어쩌면 우리도 이런 고백을 해야 할지 모른다. "아버지, 저는 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지었습니다. 이제 저는 감히 아버지의 아들이라고 할 자격이 없습니다"(루가 15,21).

그러면 아빠께서는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출 뿐 아니라 살진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실'(루가 15,20-24 참조) 것이다. 아빠는 이런 분이시다. 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주시고 고통을 이내 기쁨으로 바꾸어 주시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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