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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이야기] 45- 십계명 속 보물찾기: 제2계명
name 운영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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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 이름을 귀하게 여겨라
 
 자고로 우리 민족은 이름을 소중히 여겨 왔다. 그래서 이름을 아무렇게나 짓지 않고 작명법(作名法)에 따라서 지었다. 이름에 담겨 있는 의미와 기운이 그 사람의 한평생 운명에 영향을 끼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설령 이름을 대충 짓는다 해도 그 이름에는 어떤 것이 됐건 의미가 담겨 있다. 한자 이름이건 한글 이름이건 이름에 담겨 있는 의미가 그 이름이 불릴 때마다 그 이름 소유자의 무의식에 저장된다. 그리고 무의식에 저장된 이름의 의미는 암암리에 그 이름 소유자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언어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오죽했으면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을까.  이 말은 '언어가 존재를 담아낸다'는 뜻인 동시에 '언어가 존재에 영향을 끼친다'는 의미로 알아들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니 날마다 수없이 부르는 '언어'인 이름을 지을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겠다.

방금 진술들은 '이름은 곧 인격이다'라는 말로 요약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에 대해서도 존칭어를 붙여 사용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분의 이름을 우리는 존함(尊銜) 또는 함자(銜字)라는 높임말로 표현해 왔던 것이다.

 사람 이름을 이렇게 높일 줄 알았거늘 하느님 이름을 우리는 얼마나 높여 부를 줄 알아야 하겠는가.

 제2계명은 "하느님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마라"이다. 이 계명은 "하느님 이름을 귀하게 여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야훼 하느님의 이름' 자체를 '하느님'처럼 여길 줄 알았다. 그래서 '야훼'라는 이름을 부르는 것도 송구스러운 나머지 그 모음을 따서 다른 자음을 붙여 '아도나이'라고 불렀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하느님 이름에 대해 경외심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주 하느님 이름을 헛되이 부르는 잘못을 범한다.

 첫째, 하느님 이름을 남용 또는 오용한다. 예컨대 어떤 일이나 상황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곧잘 '하늘에 두고 맹세'하거나 하느님 이름으로 자기 욕심을 채우거나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 또한 다른 사람을 저주하거나, 욕할 때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영어로 '갓댐(God damn)'은 '저주나 받아라'는 욕이며, '지저스 크라이스트(Jesus Christ)'는 '재수 없다' 또는 '제기랄'이라는 의미의 욕인데 이런 불경한 욕설에도 하느님과 예수님 이름이 남용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참고로, 우리말에 '하느님 맙소사!'라는 말이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일상 언어에 신앙적 측면이 깃들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하느님 이름을 건성으로 부르기도 한다. 기도하거나 전례에 임할 때 집중하지 않고 마구 하느님 이름만 불러 대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전례 행위가 의미 없이, 열정 없이 형식적 의식의 연속으로만 하느님 이름을 부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하느님 이름 야훼는 축복을 주는 귀한 이름이다. 하느님 이름을 불러야 하는 대표적인 때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궁지에서 도움을 청할 때에 부른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너는 나를 불러라. 내가 대답하리라"(예레 33,3). "야훼를 찾아라, 그의 힘을 빌어라"(시편 105,4).

 둘째, 감사와 찬미를 드릴 때 부른다. 베푸신 도우심에 감사드릴 때 우리는 의당 하느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다음 시편은 그 좋은 예를 보여준다.

 "야훼께서 베푸신 그 크신 은혜,/ 내가 무엇으로 보답할까!/ 구원의 감사잔을 받들고서/ 야훼 이름을 부르리라./ (중략) 내가 당신께 감사제를 드리고/ 야훼의 이름을 부르리이다"(시편 116편).

 셋째, 복을 빌어줄 때 하느님 이름을 부른다. 하느님은 복을 빌어주는 권한을 사제들에게 맡기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그들이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 이름으로 복을 빌어주면 내가 이 백성에게 복을 내리리라"(민수 6,27).

 요컨대, 야훼 이름은 축복(구원, 보호, 은총)을 청할 때 그리고 그 축복에 감사드릴 때 부르는 이름이다. '야훼의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시고 찾으면 힘을 주시고 복을 빌어 주면 축복을 내려 주신다. 결국, 제2계명은 이처럼 귀한 이름을 거짓 맹세나 농담으로 훼손치 말라는 것을 말해 준다.

 하느님 이름과 관련된 아름다운 약속이 하나 있다. 신명기에는 성전(聖殿)을 가리키는 말로 다음과 같은 약속의 말씀이 기록돼 있다.

 "야훼께서 당신 이름을 두시려고 고르신 곳"(신명 26,2).

 이 말씀처럼 성전은 하느님께서 당신 이름을 두시려고 고르신 곳이다. 즉 성전에 가면 하느님 이름을 만날 수 있다. 이는 누구든지 하느님 이름을 부르고자 하면 성전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이다. 하느님께서는 응답하시며 축복을 주시는 거룩한 이름을 성전에 두셨다.

 성전에 가서 하느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지 하느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 거기 하느님이 계시다. 성전에서는 미사 때마다 다음과 같은 축복의 말씀이 울려 퍼진다.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는 여러분에게 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미사 전례서).

 그리고 매번 고해를 할 때마다 사제 사죄경이 우리를 죄에서 해방시켜 준다.

 "나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 교우의 죄를 사하나이다."

 그러니 우리는 오직 이토록 좋으신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기 위해서 그분 이름을 불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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