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home
  2. 가톨릭상식

가톨릭상식

가톨릭 일반상식과 간단한 교리를 담는 게시판입니다.

게시판 상세
subject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이야기] 53- 신앙 대물림의 묘책
name 운영자 (ip:)
grade 0점
 신앙 대물림, 교회 미래 달려있다
 
우연한 기회에 제7일 안식일 교회 목사님을 소개받았다.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현재는 삼육대학 물리치료학과 학과장으로 봉직하고 있는 분이었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제7일 안식일 교회는 개신교에서도 '초대교회'의 공동체적 삶을 성경에 나와 있는 대로 구현하려는 정신을 지닌 교파다. 이 교파 신자들은 특히 "건강한 식생활에서 건강한 영성이 자라난다"는 신앙 신조를 신봉하면서 철저하게 채식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필자는 그들이 운영하는 채식 뷔페 식당에 몇 차례 가본 적이 있다. 그들을 만날 때마다 필자는 그들이 자신들의 신앙 신조에 걸맞게 매우 순수하고 선한 성품들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왜 그들에게서는 '순수'의 향기가 나는 것일까? 어째서 그들을 만나면 태초 에덴동산에 살던 아담과 하와가 연상되는 것일까?

필자는 그 비결이 궁금하던 터였다. 기회다 싶어서 목사님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이내 그 근본 뿌리는 오염되지 않은 식생활과 절제된 영성생활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이 신선한 충격(?)으로 들려왔다. 그것은 그들에게 가정문제나 자녀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었다. 목사님은 그 비결이 '태교'와 '가족기도'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태교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무한한 하느님 자비에 의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하는 거죠."

"일반 개신교회에서는 새벽기도와 교회에서 봉사를 강조하지만, 우리는 가족기도를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 기도를 통해서 가족 간 사랑이 돈독해지고 부모와 자녀간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하나님께 대한 전인적 신뢰가 더욱 두터워지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사랑을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세대간 갈등이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필자는 목사님을 소개해 준 이로부터 그 부부가 두 자녀를 훌륭히 키우고 난 다음 따로 세 자녀를 입양해 현재 헌신적으로 양육하고 있으며, 버려진 노인을 집에 모셔다가 행복한 임종을 맞도록 일곱분째 봉양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뭔가 풍요로운 선물을 받은 듯했다.

사실, 방금 예로 든 제7일 안식일 교회의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태교와 가족기도, 이와 비슷한 조기 신앙교육은 오래 전부터 유다인들 사이에서 실행돼 오던 전통다.

유다교는 민족종교라는 특성상 전도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수천 년 동안 사멸되지 않고 끄떡없이 존속해 왔다. 신앙을 대물림하는 비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비법은 다름 아닌 '셰마 이스라엘'과 '탈무드'였다.

오늘날에도 유다인들은 신명기 6장 4~9절에 나오는 그 유명한 '셰마 이스라엘'(이스라엘아, 들어라!)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봉독하면서 귀로 듣고 마음에 새긴다고 한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신명 6,4-9).

필자는 이 '셰마 이스라엘'의 철저한 대물림이 오늘날 소수 민족 유다인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민족으로 만들었다고 여긴다. 역대 노벨 수상자의 약 20%가 유다인이며 20세기를 주도한 최고의 지성 21명 중 15명이 유다인이다. 미국인 가운데 최고 부자 40명 중 절반이 유다인이다. 헐리우드의 걸출한 영화 감독들과 스타들이 대부분 유다인이다. 유다인이 거의 전 부문에서 독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고작 인구 450만의 이스라엘이 석유 강국 대중동 연합을 호령하고 있다.

'셰마 이스라엘'은 십계명 가운데 상 3계의 요약이다. 비록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단지 예언자 정도로 여겨왔지만, 하느님을 지극 정성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자손대대로 대물림하며 철저히 배워왔고 실행해 온 것이다. '셰마 이스라엘'은 계명을 반복해서 가르치고 고백하는 것이 영적으로 유익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반복해서 귀로 들을 수 있도록 거듭 들려주고, 항상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보이는 곳마다 계명을 써붙이라는 계명을 우리 골수에 박히도록 반복 고백하다 보면, 우리가 의식, 무의식, 잠재의식에서까지 하느님을 절로 사랑하게 된다는 원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칫 딱딱하기 쉬운 성경 내용을 소화해 이야기체로 풀어 엮은 것이 탈무드다. 유다인들은 어려서 엄마 젖을 먹으면서 탈무드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란다. 회당에서 배우기 전에 이미 가정에서 그 씨앗이 뿌려지는 것이다. 특기할 것은 탈무드를 아이에게 처음으로 들려줄 때 반드시 입술에 꿀 한 방울을 묻혀서 아이와 입맞춤을 해주며 탈무드에 대한 애착을 키우게 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들 두 가지가 오늘날까지 유다인의 신앙 정체성을 유지해준, 그리고 유다인을 뭇민족 가운데 탁월한 민족으로 자리매김시켜준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모세가 엄마 요게벳의 젖을 먹으며 받았던 몇 년간의 히브리 종교교육은 그의 핏속에 이후 약 40년에 이르는 이집트 궁중교육의 효력을 부정할 만큼 강력하게 히브리인으로서 신앙정체성을 심어줬다. 유아기 신앙교육의 효과가 그 이후 교육의 효과를 능가한다는 사실의 반증인 것이다.

좀 장황했지만, 지금까지 진술들은 모두 우리에게 '신앙 대물림'의 지혜를 가르쳐 준다. 제7일 안식일 교회, 유다교, 그리고 요게벳, 이들은 모두 조기(유아기)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입증해 주고 있다.

불행하게도, 오늘날 가톨릭 교회의 신앙인 가정에서는 조기 신앙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러도 성당의 주일학교 유아반에서나 겨우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그나마 주일학교에 나오지 않는 자녀들에게는 신앙교육의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서구 가톨릭 교회의 몰락은 어쩌면 신앙 대물림 교육의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한국 가톨릭 교회의 미래 또한 신앙 대물림의 성패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손들에게 신앙을 대물림시킬 묘안은 무엇일까?


file
password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help desk

    032-655-4714 / 010-5788-4714

    월-금 am 9:30 - pm 6:30

    점심 am 11:50 - pm 12:50

    토요일, 주일, 공휴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