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home
  2. 가톨릭상식

가톨릭상식

가톨릭 일반상식과 간단한 교리를 담는 게시판입니다.

게시판 상세
subject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이야기] 58- 대가들에게 배우는 기도(2)
name 운영자 (ip:)
grade 0점

 
어떤 기도에도 응답하시는 하느님
 
 성경에 나오는 응답받은 기도들을 비교해 보면, 서로 다른 방향의 기도들이 모두 응답받았음을 보게 된다. 이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응답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을 일소해 준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기도도 들어주시고 '저런' 기도도 들어주시는 것이다. 요컨대, 틀린 기도는 없다는 것이다.

서로 대조를 이루는 대표적 예가 히즈키야의 기도와 한나의 기도이다.

히즈키야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과거 자신의 공적을 늘어놓으면서 '그러니 좀 봐 달라'는 식으로 하느님께 매달렸다. 이를 테면 '공치사' 기도를 바친 것이다.

반면에 한나는 자식없는 서러움을 토로하면서 '앞으로 어찌어찌하겠으니' 자식 하나 낳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매달렸다. '외상' 기도를 바친 셈이다.

우리는 이 두 기도가 모두 응답받았다는 데에서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 우리가 드리는 기도는 그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두 기도는 괄호를 이룬다. 그 괄호 안에 우리 기도가 들어가 있다.

유다 왕 히즈키야는 당시 왕들 중에서 비교적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뜻대로 살려고 했던 왕이다. 그는 하느님을 배반하지 않고 충성을 다해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계명들을 준수했고, 하느님께서는 그와 함께 계시며 그가 하는 모든 일을 이루어 주셨다(2열왕 18, 1-8 참조). 전쟁 중의 간절한 기도는 하느님께 좋은 모습으로 보여 승리를 가져다 주셨고(2열왕 19, 15-19; 35-37 참조), 또 백성들이 하느님께 죄지은 것을 대표하여 용서를 비는 기도를 들으시고는 백성들의 아픈 마음을 고쳐 주신다(2역대 30, 18-20 참조).

그런 히즈키야가 어느날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곧 죽게 될 것이며 다시 회복하지 못하리라"는 청천벽력 같은 하느님 메시지를 듣게 된다.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고난에 처한 그는 벽을 쳐다보며 기도하고 통곡한다.

"'오, 야훼여, 제가 항상 당신 앞에서 참되게 살았으며, 충성스럽게 당신을 섬겼고, 당신 보시기에 선한 일을 행하였음을 기억하여 주십시오.' 그러고 나서 히즈키야는 매우 슬프게 울었다.…"(2열왕 20, 3-6).

그는 눈물을 흘리며 절박하게 하느님께 매달리고 호소한다. 죽음 앞에 선 히즈키야의 기도 내용은 단순하다. 하지만 거기에 그의 심정이 속속들이 담겨 있다.

하느님께서는 그의 간절한 기도에 다음과 같이 응답하셨다.

"네 기도를 내가 들었고 네 눈물을 내가 보았다. 내가 너의 병을 낫게 해주리라. 삼일 만에 너는 야훼의 전에 올라가게 되리라"(2열왕 20, 5).

과연 약속 그대로 됐다. 병을 고쳐 주시고, 앗시리아로부터 나라를 보호해 왕권도 튼튼하게 해주셨다.

우리는 여기서 '눈물' 흘려 기도하는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보게 된다. 기도와 눈물은 하느님께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병은 기도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며, 건강은 기도의 응답으로 오기도 한다. 그의 기도는 하느님을 향한 기도였다. 하느님께서 재고(再考)하여 마음을 돌리시게 한 기도였다. 기도의 엄청난 힘은 하느님을 움직였고 하느님 명령을 변경시켰으며, 히즈키야에 대한 하느님의 목적을 번복시키기에 이른다. 기도가 해낼 수 없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기도하는 사람이 기도를 통해 이룰 수 없는 일이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여기서 네 가지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즉 하느님께서는 기도를 들으시고, 기도에 주의를 기울이시며, 기도에 응답을 하시며, 기도로 구원하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역사에서 왕정 정치로 넘어가는 과도기는 매우 혼란스러워 정치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안정이 되지 않던 때였다. 이러한 때에 하느님 뜻을 이뤄낸 사람이 사무엘이다. 그런 사무엘을 낳은 이가 한나였다. 한나의 기도는 성서에 두 번 나오는데, 하나는 울며불며 하느님께 매달리는 기도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도에 응답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기도이다.

그는 "야훼께서 잉태하게 해주시지 않으셨기 때문에"(1사무 1, 5)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이 일로 인해 한나는 자식이 있는 또 다른 부인 브닌나에게 괴롭힘을 당했고, 그는 마음이 아파 흐느껴 울며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한다.

"이 계집종의 가련한 모습을 굽어살펴 주십시오. 이 계집종을 저버리지 마시고 사내아이 하나만 점지해 주십시오. 그러면 저는 그 아이를 야훼께 바치겠습니다. 평생 그의 머리를 깎지 않도록 하겠습니다"(1사무 1, 11).

그의 기도는 맺힌 한에서 시작됐다. 인간이 풀래야 풀 수 없는 상황, 그럼에도 조롱과 비웃음 속에서 처참하게 서 있는 처지에서 기도하게 된다. 한나는 그런 처지에서 자신을 생각해 달라고 기도한다. 아들을 달라고 한 그 기도는 당장은 한나 개인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지만, 그 한을 풂과 동시에 아들을 하느님께 바쳐야 하는 기도였다. 기도하여 얻는다고 해도 그를 자신의 자식으로 함께 데리고 살 수 없는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는 그런 기도를 드린다.

또 하나, 한나의 기도에서는 부르짖음 가운데서 뜻을 이루기 원하시는 하느님 섭리를 읽을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한나가 임신을 못하도록 하셨지만, 억울하고 분해 기도하게 하시고, 그런 가운데 얻은 아들을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하느님 뜻을 위해 바쳐지는 아들이 되게 하신다. 그가 '야훼께 빌어서 얻은 아기'(1사무 1, 20)가 사무엘이다. 한나의 기도에 응답하셔서 아들 사무엘을 주신 것이다. 그녀는 기뻐하며 감사 기도를 올린다.

"내 마음은 야훼님 생각으로 울렁거립니다. 하느님의 은덕으로 나는 얼굴을 들게 됐습니다. 이렇듯이 내 가슴에 승리의 기쁨을 안겨 주시니 원수들 앞에서 자랑스럽기만 합니다"(1사무 2, 1).

이 기도를 통해 우리는 한나가 하느님 섭리를 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자신의 한을 풀려고 아들을 달라고 기도했지만, 기도하는 과정에 하느님께 바쳐질 아들로 알았고, 그 아들을 통해 이루실 하느님 뜻까지 헤아리며 감사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열악한 처지와 형편을 통해 기도하게 하시고, 그분께 부르짖는 가운데서 하느님 뜻에 이르게 하신다. 개인의 한이 민족을 위한 부르짖음으로 그리고 하느님이 이루실 계획을 위한 준비로 승화되게 하실 수 있다.



file
password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help desk

    032-655-4714 / 010-5788-4714

    월-금 am 9:30 - pm 6:30

    점심 am 11:50 - pm 12:50

    토요일, 주일, 공휴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