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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12) 과학은 창조주 하느님을 부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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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과학은 창조주 하느님을 부정하는가?
종교와 과학 양자택일 강요하는 어리석음 피해야



■ 이야기 둘

샐리라는 여인이 하루는 미용실에 갔다. 미용사가 머리를 자르는 동안 두 사람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 하느님 이야기가 나왔다. 미용사가 말했다.

“난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냥 밖에만 나가봐도 안 계시다는 게 뻔히 보이잖아요. 하느님이 있다면 이 세상에 아픈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 거죠? 버려진 아이들은 또 어떻고요. 하느님이 있다면 그런 고통이나 아픔은 없을 거예요.”

샐리는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아 대꾸하지 않았다. 미용사가 머리 손질을 마치자 샐리는 밖으로 나왔다. 그때 샐리는 미용실 앞에서 어떤 여자와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여자는 마구 헝클어진 긴 머리에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샐리는 다시 안으로 들어가 미용사에게 말했다.

“그거 알아요? 미용사는 존재하지 않아요.”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여기 있는데. 방금 전에 손님 머리도 다듬어 드렸잖아요.”

“아니에요. 미용사는 없어요. 미용사가 있다면 밖에 있는 저 여자처럼 더럽고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러자 미용사가 이렇게 대꾸했다.

“아니요, 미용사는 분명히 존재해요. 문제는 사람들이 미용사에게 오지 않는다는 거죠.”

아무렇게나 의심을 던져놓고 더 이상 골치 아픈 고민을 안 하겠다는 심산에서 막무가내로 나오는 미용사의 말에 화딱지가 난 샐리의 심정을 신앙인들은 잘 안다.

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이들이 즐겨 읽는 윌리엄 스타이그(1907~2003)의 「노랑이와 분홍이」에 나오는 우화다.

나무로 된 두 인형이 태양 아래 낡은 신문을 깔고 누워 있다가 깨어난다. 한 인형은 노란빛, 다른 하나는 분홍빛이다. 갑자기 노랑이가 일어나 앉으면서 묻는다.

“넌 우리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아니?”

“아니, 난 여기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어.”

이렇게 해서 두 인형 사이에 그들 존재의 기원에 대한 논쟁이 시작된다. 분홍이는 자기들의 멋진 모습을 훑어보고 나서 “누군가가 우리를 만들었음에 틀림없어”라고 결론을 내린다.

노랑이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연일 뿐이야”라고 말하면서, 있었음 직한 일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를 말한다. “나뭇가지 하나가 나무에서 부러져 뾰족한 바위에 떨어졌을지 몰라. 그래서 가지의 한 쪽이 쪼개져 다리가 되었을 수도 있어. 어쩌면 번개가 쳐서 팔과 손가락이 만들어 졌을 거야. 눈이랑 귀랑 콧구멍은 어쩌면 나무에 구멍을 뚫는 딱따구리가 만들었을지도 모르지.”

노랑이는 계속 주장한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예를 들어 천 년, 백만 년, 어쩌면 250만 년 정도의 시간이면 별의별 이상한 일들이 다 일어날 수 있다구. 우리라고 아니란 법 있어?”

두 인형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결국 가까운 곳에 있던 집에서 나온 한 남자가 등장하면서 논쟁이 중단된다. 그는 인형들을 집어 들고서 페인트 상태를 점검하곤 이렇게 말한다. “잘 말랐구나.” 남자는 인형들을 겨드랑이에 끼고 집으로 돌아간다.

남자의 팔 아래에서 노랑이가 분홍이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 사람이 누구지?”


■ 천지의 창조주를 믿나이다

사도신경에서는 ‘천주’(하느님), ‘전능하신 성부’에 대한 신앙고백에 이어 ‘천지의 창조주’(크레아토렘 챌리 에트 테래: Creatorem caeli et terrae)에 대한 고백이 뒤따른다. 여기서도 동사는 크레도(Credo)다.

여기서 ‘크레아토렘’은 창조주를 뜻하는 ‘크레아토르’(Creator)의 목적격 변화형이다. 그러니까 이는 바로 앞의 ‘전능하신 성부’의 동격으로서 “그분이 누구신고 하니, 천지의 창조주시다”라는 의미인 셈이다. ‘챌리 에트 테래’는 ‘하늘과 땅’을 뜻하는데, 여기서 ‘하늘’은 ‘천상계’ 또는 ‘초월계’를 가리키고, ‘땅’은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계’를 가리킨다.

이는 구약성경 창세기의 맨 첫 구절 “한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창세 1,1)를 근거로 한 신앙고백이다. 이 구절로 인해 사도신경과 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신경은 하느님을 ‘천지의 창조주’,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창조주’로 고백한다.

사실 이 ‘창조주 신앙’은 그분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며 나의 문제다. 우리는 자주 이렇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가.

“우리 생명의 기원은 어디에 있고, 그 목적은 무엇인가?”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 행복이란 말인가?”

이러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창조주 신앙은 그 대답을 직접·간접으로 제시한다.


■ 약간의 과학과 더 많은 과학

그런데, 창조주 신앙은 오늘날과 같은 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유효한가? 사실 사람들은 진화론이 부상하고 과학이 발달하면서 창조주 신앙이 후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이는 1916년과 1997년에 이루어진 동일한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1997년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실린 미국 조지아대 법대 에드워드 라슨 교수와 래리 위덤의 미국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종교관 조사결과에 따르면 40%가 신의 존재와 내세를 믿는다고 응답했다.

이는 81년 전인 1916년 미국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종교관 조사결과와 일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당시에도 조사대상 과학자의 40%가 신을 믿는다고 응답했었다. 라슨 위덤 연구팀은 81년전 당시 제임스 류바가 <미국의 과학자들>이란 명사인명록에 수록된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방식을 그대로 활용, 95년판 <미국의 남녀 과학자>인명록에서 추출한 과학자들을 조사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조사를 실시했던 제임스 류바는 과학자의 40%가 유신론자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그러나 과학문명의 발전에 따라 미래의 과학자들 가운데는 무신론자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라슨 교수는 “신의 존재와 내세를 믿는 과학자들이 80년 전에 비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고 말했다.

놀라운 사실이다. 지난 세기에서 80년간의 과학발전의 총량은 가히 그 이전까지 있었던 총량을 훨씬 능가한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신의 존재를 믿는 과학자의 비율은 전혀 줄지 않았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더듬어 보면 크게 3단계 과정을 거쳐 왔다고 볼 수 있다.

초기 단계는 과학이 종교의 그늘 아래에서 발전해 오던 시기였다. 고대에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과학은 ‘천동설’을 당연한 진리로 여기며 그 틀 안에서 무리 없이 발전해 왔다.

그러다가 우주 과학과 천체 이론이 소위 ‘코페르니쿠스적’으로 전환되고 전개되면서 오랫동안 종교와 과학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종교는 천동설을 부인하는 과학을 무신론적이라고 간주했고, 실제로 과학은 점점 과학만능주의에 빠져 기고만장해 가면서 무신론 쪽으로 치달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종교와 과학은 긴 세월의 우여곡절 끝에 근래에 들어와서 화해 관계에 들어섰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지동설을 주장했다고 해서 갈릴레오를 파문했던 교황청이 수백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1992년 공식적으로 사과했던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이러한 애증관계의 역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여전히 과학과 종교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앞에서 확인해본 바에 의하면 3단계 변화 과정 중에서 아직도 두 번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다.

이제 세 번째 단계에 이른 사람들은 종교와 과학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어리석음을 피할 줄 안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해서 유명해진 프랜시스 베이컨이 뼈 있는 말을 했다.

“약간의 과학(a little science)이 사람을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더 많은 과학(more science)은 그를 하느님께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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