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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교회 교리서 해설 (122) 성경 안에서 만나는 기도의 달인 (39) - 시간을 넘나든 예언자, 이사야

십자가 희생으로 구원… 메시아 시대 선언



■ 예수님의 18번 말씀

신약의 복음서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예언서를 꼽으라고 한다면 이사야서가 단연 앞 순위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하는 말씀으로 마태오복음 초입에서부터 이사야서가 인용되고 있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마태 1,23 이사 7,14 참조).

이는 본디 이사야 예언자가 아하즈 왕에게 내렸던 예언 말씀인데, 동정녀 마리아에 의한 예수님의 잉태를 가리키는 말씀으로 인용된 것이다.

다음으로, 마태오복음은 예수님께서 갈릴래아 지역에서 복음선포를 시작하셨음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이사야서를 인용하고 있다.

“즈불룬 땅과 납탈리 땅 /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 이민족들의 갈릴래아, /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 큰 빛을 보았다. /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 빛이 떠올랐다”(마태 4,15-16 이사 8,23-9,1 참조).

또한, 회당에서 이루어진 예수님의 희년선포에서도 이사야서 두루마리가 봉독되었다. 사실상 예수님의 메시아 취임식 일성이라 볼 수 있는 그 말씀은 이렇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이사 61,1 루카 4,18-19 참조).

어디 그뿐인가. 이사야서 예언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주님의 종의 노래’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으로 구현되는 메시아상을 매우 실감나게 그려주고 있다. 그 실증은 단 하나의 예문으로 족할 것이다.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런데 우리는 그를 벌받은 자, 하느님께 매맞은 자, 천대받은 자로 여겼다. 그러나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 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이사 53,4-5 마태 8,17 참조).
 
이상의 예거만으로도 이사야서의 비중이 성경에서 얼마나 큰지 짐작 되고도 남는다.


■ 제1이사야

이사야서 서문에는 이사야가 우찌야, 요탐, 아하즈, 히즈키야 왕 시대에 활약한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학계의 정설을 따르면, 이사야는 혼자가 아니다. 통상 제1이사야, 제2이사야, 제3이사야로 구별한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보는가. 이유가 있다. 내용과 문체상 1장부터 39장까지 통일된 어조로 기록되다가, 40장부터는 달라진다. 1장부터 39장까지는 주로 “망한다”는 얘기를 하고, 40장부터는 “위로하라, 다시 돌아갈 수 있다, 희망이 있다”와 같은 말씀이 선포된다. 이것으로부터 이사야서는 한 예언자가 쓴 것이라기보다 결국 한 예언자가 있었고, 이후 그 예언자의 영향을 받은 제자들이 그의 이름으로 그 다음 시대의 예언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통적으로 40장부터 54장까지의 저자를 제2이사야, 55장부터 66장까지는 먼 미래의 종말론적 희망, 당시 구약의 관점에서는 무척 생경한 신약의 지평을 담고 있기에 제3이사야라 칭한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 대상은 제1이사야다. 그의 신상이 비교적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는 히즈키야 왕을 다룬 지난번 글에서 이미 등장했다. 그는 그 시절 왕의 통치 자문을 맡은 일종의 국사(國師)였다. 히즈키야가 소위 성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사야의 영험한 예언과 기도 덕이었다.

그는 야훼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온갖 행태에 대한 현실 비판과 더불어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과 남왕국 유다의 멸망, 그리고 아주 먼 미래에 대한 환시를 전한다. 후세의 현자들은 이 이사야의 공덕을 다음과 같이 기린다.

“이사야 시절에 태양이 거꾸로 돌아 / 임금의 수명이 연장되었다. / 이사야는 위대한 영의 힘으로 마지막 때를 내다보고 / 시온에서 통곡하는 이들을 위로하였다”(집회 48,23-24).

자신의 병이 나을 것이라는 징표를 보여 달라는 히즈키야 왕 앞에서, 아하즈의 해시계를 10눈금 뒤로 돌려, 태양을 거꾸로 돌리는 영능을 발휘한 이사야(2열왕 20,11 이사 38,8 참조)! 그는 오늘도 시간을 넘나들며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메시아의 비밀을 열어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벌써 2장에 등장하는 민족들의 구원에 대한 장엄한 메시아 시대의 선언을 좋아한다.

“세월이 흐른 뒤에 이러한 일이 이루어지리라. / 주님의 집에 서 있는 산은 / 모든 산들 위에 굳게 세워지고 / 언덕들보다 높이 솟아오르리라. / 모든 민족들이 그리로 밀려들고 / 수많은 백성들이 모여 오면서 말하리라. / ‘자, 주님의 산으로 올라가자. / 야곱의 하느님 집으로! / 그러면 그분께서 당신의 길을 우리에게 가르치시어 / 우리가 그분의 길을 걷게 되리라.’ 이는 시온에서 가르침이 나오고 / 예루살렘에서 주님의 말씀이 나오기 때문이다”(이사 2,2-3).

얼마나 희망적인 예언인가. 말씀이 토해질 때부터 유구한 세월이 흐른 오늘, 특히나 구약을 훌쩍 넘은 신약의 시대도 어느덧 권태기를 맞이하고 있는 듯한 이 시대에, 더욱 귀한 위로다.


■ “큰일 났구나”

일개 범부 이사야는 우찌야 왕이 죽던 해에 예언자로 불리움 받는다. 그는 홀연 들어 높임을 받아 천상궁중회의에 참석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천사들의 합창에 압도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이사 6,3)
당황한 그는 말한다.
“큰일났구나. 나는 이제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이사 6,5)

그러자 ‘사랍’ 천사들 가운데 하나가 제단에서 타는 숯을 손에 들고 그에게 날아와, 그의 입술을 정화시켜 준다. 그 신령한 은혜에 감복한 그는 마침내 예언직 사명에 자청하게 된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이사 6,8).

여기서 잠깐! 절대 순수이신 하느님 앞에서 “큰일났구나!”를 외친 이사야의 고백에서 나는 오늘 묵상의 공감대를 만난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독설, 욕설, 외설 난무하는 판에서
나 어찌 자유로우리.

만날
뻥 뚫린 귀로 그것들을 무사통과 시키면서
때로는 카타르시스까지 즐기는 나,
어찌 홀로 정(淨)하다 하리.

게다가, 그 중
순한 놈은 심심함에 건성으로 흘리되
삐딱한 놈은 매콤한 자극에 깊이 각인해 두어,
그 놈 잠복기 지나 슬슬 본색을 발하면
간당했던 선심마저 무참히 고약해지니,
나 어찌 선량(善良)이라 자신하리.

큰일이로다.
낭패로다.
이 입술을 해가지고
상투스, 상투스, 상투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연신 찬미 받는 주(主) 앞에 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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