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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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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공사장 인부들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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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인부들의 질문

(이명찬 신부. 서울대교구)


8월 둘째주 연중 제 19주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루카 12.32-48)


사제생활 30년이 되었다.

대부분을 본당 주임신부로 살아왔는데 그중 신설 본당

두 곳은 변변히 미사 드릴 공간도 없이

허름한 천막뿐이라 당장 성전을 짓는 일에 몰두해야 했다.


참 다행인 것은 맨주먹으로

집 짓는 일이 힘들고 고되기보다는 공사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분들을 옆에서 바라보는 것이

나에겐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더운 여름날 요령 피우지 않고 자기 몸뚱이 움직여

정직하게 땀 흘린 만큼의 대가를 받는..날

냄새 나는 일꾼들의 모습은

시원한 실내에서 편하게 지내온 나에겐 큰 감동이었다.


덕분에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과도

인상 찌푸리지 않고 좋은 관계로 지낼수 있었다.

인부들은 내가 신부라니까 오며 가며

나에게 자꾸 종교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가령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이란 것이 정말 있느냐?

사람이 죽은 다음 또 다른 세상이 정말로 있느냐?


자칫 복잡해지기 쉬운 이야기들은 그냥 웃으면서

내 쪽에서 피하는 편이지만.

때로는 슬쩍 이런 대답을 흘리기도 한다.


종교..라고 하면 언뜻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에만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참다운 종교는 오히려 철저히 현실적인 것.

가령 오늘 나한테 주어진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아니면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이며.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지극히 현실적인 오늘. 지금. 현재를 가르치는 것이 종교다.


이런 얘기는 우리 신자들에게도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본당에서 많은 신자들을 대하면서

늘 마음 한구석이 아쉬운 것은

많은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그저

내적인 생활로만 생각하거나.

미사에 열심히 출석하면서 착하게만 살면 된다고

생각 하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에서 가톨릭 신자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이 나라 안에서.

또 지역사회에서 예수의 제자로서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신자들이

신자가 아닌 이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은 아쉬움이다.


우리가 신앙의 초점을 어디에다 맞출 것이며.

삶 속에서 복음을 얼마나 실천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아닐까.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신앙은 오늘.

지금. 순간순간 오롯이 깨어있는 마음인 것 같다.

즉 지금 여기서 서로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기 위해 깨어있을때

우리는 오늘 예수님 말씀처럼 깨어있다가

주인을 맞이하는 행복한 종이 될 것이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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