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는 어머니가 기도를 드리기 전에
성호를 긋는 모습이 언제나 좋았어요.
함께 기도드릴 때마다
저는 언제나 그 모습을 가만히
훔쳐보곤 하였지요.
눈이 무겁게 감기셔서 앞을 제대로
못 보는 어머니가
묵주를 들고 그곳에 입을 맞추고
아주 경건한 자세로 두 손을 모으고,
작으면서도 그렇게 힘찬
성호를 긋는 모습은 언제나
제겐 놀라움이었습니다.
어머니, 십자가를 긋는 그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룩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온 생애를 다하여 거룩한 마음으로
성호를 그었던 사람만이 이룰 수 있었던 십자가를
어머니는 이마에, 가슴에, 두 손에
그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돌아가신 그날까지 기도를
드리셨으니 어머니, 어머니야말로
생애의 마지막까지 기도를 드리신
성도가 아니었습니까.
- 소설가 최인호(베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