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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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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사순 - 봄, 생명 그리고 희망
name 운영자 (ip:)
grade 0점
5단묵주-올리브매듭S 8mm

 


 

사순 - 봄, 생명 그리고 희망

  

/ 예수회 류해욱신부

  

사순절이다.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해빙기에 사순절이 시작된다는 것은

어떤 상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사순 시기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가지치기를 하는 시기이며

새 생명의 태동을 준비를 하는 때이다.

 

사순절은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서 우리 안에 있는

죽은 것들을 알아보고 그것에 대해 묵상하는 때다.

 

생명을 잃은 것들은 마음 밖으로 내보내고

다시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어 주시도록 하느님께

마음의 빈 공간을 마련해 드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순절은 우리를 초대한다.

추위에 걸어둔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새 생명의 잔치에 초대한다.

그 생명은 바로 부활로 승리하신 주님의 생명이다.

 

사순절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죽은 것에 미련을 갖지 말라고 나직이 속삭인다.

 

삶의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는 겨울의 잔설들을 과감히 버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새 생명으로 새 삶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속삭인다.

 

인생이 늘 꽃피는 봄 같고 열매 맺는 가을 같다면야 오죽 좋으련만,

우리네 인생이 그렇지 않나니 살다보면 죽음과 같은 ‘겨울’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를 겪을 때가 있기 마련이다.

 

어두운 긴 터널 속을 지나는 것 같은 어둡고 암울한 시간들도 있고

생명으로부터 단절되는 듯한 죽음의 얼굴을 지닌 ‘겨울’과 부닥칠 때가 있다.

 

이 ‘겨울’의 추위는 외적으로부터 다가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기의 내면 안에서 나오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힘들긴 마찬가지이다.

외적으로는 실연의 고통과 배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맞기도 하는 등의

여러 가지 모습으로 ‘겨울의 고통이 찾아온다. 한편,

신뢰를 저버렸을 때, 약속을 어겼을 때, 친구를 이용했을 때와 같이

우리 내면에서도 죽은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신적인 아픔을 경험하기도 하고

깊은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또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자신을 타인으로부터 고립시켜 외로움에 허덕이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겨울은 다양하게 우리의 삶에 파고든다.

이 칙칙하고 메마른 계절의 징조는 어떤 것인가?

 

이웃과 더불어 살지 못하고 있다면,

일터 동료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면,

위축된 느낌이 들거나 이유 없는 분노가 치민다면,

그 삶은 여전히 세찬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이다.

 

삶에서 이 같은 겨울의 찬바람은 한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는 동안 계속해서 찾아온다.

 

또 겨울이 너무 깊은 사람, 봄을 잃어버리고

두꺼운 얼음장 밑에 갇혀 있는 듯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살면서 겨울의 무게에 인생의 따뜻함과 웃음마저 얼어버린

이웃들을 만난 적은 없는가?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몇 번 그런 사람들을 만났었다.

우리는 대개 그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절망을 느끼지만 그것은 유혹이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서도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 분만이 우리 안에 죽은 겨울을 몰아내고 새 생명을 나눠주신다는

믿음, 사순절은 바로 이 믿음을 다지는 시기이다.

 

앞으로 맞게 되는 몇 주 동안 교회는 우리에게 우리 삶을 돌아보며

그 의미들을 되새겨보도록 격려한다.

 

안으로 밖으로 찾아든 ‘겨울’에게 빼앗긴 마음에 다시

봄날의 훈풍을 불어넣어 주고 하느님께서 새로 마련해 주시는

‘희망’의 땅에서 사랑의 삶을 살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오! 우리는 얼마나 새봄을 기다렸는가!

죽은 나무 등걸에 새순이 돋아나기를,

단절되었던 인간관계가 회복되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지금이 바로 새순이 돋아나도록 준비 할 때이다.

그분에게 새 생명을 청하면서 자신을 활짝

열어두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사순절은 해빙기이다. 얼음장 계곡이 녹아 흐르는

봄의 시작이고 나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불필요한 가지를

쳐내는 시기이며 ‘겨울’이 물러가는 때이다.

 

사순절은 생명의 회복을 위해서 준비하는 때이며

우리 안에 있는 죽은 것들을 몰아내는 시기이다.

진정 이제 다시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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