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누가 원죄를 지었나?
하느님의 인류사랑
누가 원죄를 지었는가.
어떤 이들은 여자가 먼저 죄를 지었다고 한다.
또는 여자가 남자보다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 배우자가 큰 위험에 빠지는데 막지 못하고 오히려
자연스레 함께 죄를 짓는 아담의 모습은 어떠한가?
원죄를 지은 이는 그 어느 한쪽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둘 다’라는 사실을 다음 구절이 고발한다.
“그러자 그 둘은 눈이 열려 자기들이 알몸인 것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서 두렁이를 만들어 입었다”(3,7).
그리스도와 아담을 비교하는 가운데,
첫 인간 아담을 통해 죄가 세상에 들어왔음을 분명히 해준다.
“아담부터 모세까지는, 아담의 범죄와 같은 방식으로
죄를 짓지 않은 자들까지도 죽음이 지배하였습니다.
아담은 장차 오실 분[그리스도]의 예형입니다”(로마 5,14).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아담 내외를 하나로 묶어,
범죄 한 첫 인간 - 아담이라고 일컫고 있다.
그렇다면 뱀의 말이 맞았을까? 일단 그렇게 보인다.
하느님 명령을 어기면 그 순간 새로운 눈이 열린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 아담 내외가 이제까지 알몸이었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던 것을 의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뱀의 유혹에 빠져 얻은 지식은 첫 인간이 벌거벗고 있음을 깨달은 것,
부수어지는 약한 존재임을 인식한 것에 불과하다.
하느님께서는 먹으면 죽는다고 하셨지만, 그에 반해 뱀은
“너희는 결코 죽지 않는다”(3,4ㄴ)라고 말한다.
아담 내외는 그 열매를 같이 따 먹고도 끄떡없이 살아남아
무화과나무 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또 수풀 속으로 숨어들어 가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일단 뱀의 말이 적중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 결코 아니다.
유혹에 빠진 아담은 뱀의 말대로 육신은 멀쩡하게 살아있지만,
그 내면의 세계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죄를 저지른 아담 내외는 알몸을 가리고 나서도 두려워 견딜 수가 없었다.
목숨은 부지했지만 부부가 서로를 전처럼 순수하게 바라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더구나 자신을 지어내신(낳아주신) 창조주 하느님께 등을 돌리는 신세가 되었다.
하느님 앞에 더 이상 전처럼 나타날 수조차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하느님께서 이르신 죽음은 이런 처지를 두고 하신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