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고향이다
(김준호 신부)
추석이다. 아침 미사가 끝나니 모두들 서둘러 돌아가고
덩그러니 사제관에 혼자 남았다.
뭐. 언제는 혼자 아니었나?
대충 저녁을 챙겨 먹고 동네 한 바퀴 산보를 나갔다.
집집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있고 어느 집에서는 왁자지껄
큰 소리와 웃음소리까지 들린다.
그래. 고향은 부모다.
고향은 아버지다. 어머니다.
명절날 고향을 찾는 건 아버지 어머니를 뵈러 가는 것이다.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는 요양원에 누워 계시니
올해는 찾아갈 고향이 없구나
조금 처연한 마음이 되어 고개를 들어보니
청정한 밤하늘에 둥그런 보름달이 훤하다.
갑자기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찬바람이 빈 가슴을 지나간다.
그래. 내일은 아파 누워있는 고향.
주름이 골골이 깊게 팬 고향.
그래도 나의 고향이고 그렇게 살아계시는 것만도
고마운 나의 포근한 고향. 어머니를 뵙고 그 가슴에 얼굴이라도 묻어야겠다.
그리고 고향의 향수를 흠뻑 마셔야겠다.
그렇다. 고향은 어머니다.
고향은 아버지다. 모든 인간의 본향.
하느님 품에 안기기까지는 부모가 고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