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도움 없으시면.

라틴어 '누멘numen'은 번역하기가 힘들다.

이것은 머리를 끄덕임, 애착, 마음을 기울임, 애정을 뜻하거나

신적 권능과 위엄을 뜻한다.

우리는 '누미노숨(Numinosum, 신적인 것의 체험)'에 대해 말한다.

이는 하느님의 위대함에 압도되어 경외심을 갖는 인간의 태도를 의미한다.

알프레드 델프는 '시네 투오 누미네sine tuo numine'를

은총이 없는 삶, 성령의 사랑이 없는 삶으로 해석한다.

그는 바로 이것이 독일 제3제국 당시의 큰 오류라고 보았다.

그러나 제3제국만 자비가 없는 시대는 아니었다.

인간이 스스로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잘못된 방향으로 빠진 시대도 사랑이 없는 시대였다.

알프레드 델프는 '시네 투오 누미네'라는 세 단어에 대한 묵상을

다음과 같은 열정적 호소로 끝맺는다.

우리는 그 호소를 마음 깊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제 다시는 인간이 자신의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착각하지도 현혹되지도 말아야 한다.

 하느님과의 연관성을 알고 보고 선포한다면

 그래도 나머지 것들은 잃지 않을 것이다.

 은총이 없는 길은 불손과 추락의 길이다.

 인간은 하느님과 함께할 때만 인간이 된다.'

인간이 하느님을 소홀히 여기면 인간 자신도 소홀히 여긴다.

그리되면 자신에게 정말 유익한 것과

구원에 도움이 되는 것을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