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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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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기다림의 여인 마리아
name 운영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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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의 여인 마리아
 
    정말 슬픈 일은 기다려 주는 사람 없는 캄캄한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때가 아니라 아무 희망이 없는 때다. 가장 외롭고 울적한 때는 벽난로 불이 꺼져갈 때가 아니라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데 불을 지필 수 없을 때다. 음악을 더이상 듣지 못할 때, 아무도 우리집 문을 두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슬퍼진다. 이제 우리는 기쁜 소식을 듣고도 흥에 겨워 뛰거나 그 어떤 소식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슬픔으로 전율을 느낄 일이 사라졌으며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삶은 종말을 향해 곧장 달려간다. 노래가 다 끝났는데도 테이프가 다할 때까지 소리없이 돌아가는 것과 같다. 기다린다는 것은 삶의 멋을 느끼는 것이다. 갈망의 깊이는 우리가 얼마나 거룩해지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마리아는 피조물 가운데 가장거룩한 존재라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마리아의 삶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느끼는 흥에 겨운 리듬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루가 1,27) 마리아를 언급한 루가 복음사가는 마리아가 희망 가득한 약속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마리아가 약혼녀라는 표현은 기대로 설레는 마음을 암시한다. 이것은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게 되는 신비로운 애정에 이르는 서곡과 같다. 복음서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드러내기도 전에 마리아를 약혼녀로 제시한다. 마리아는 기다리는 처녀다 저녁 무렵 요셉이 뚜벅뚜벅 발소리를 내며 자기를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요셉은 나무 냄새를 풍기며 돌아와 지난밤 꿈이야기를 들려주리라. 성서가 마리아를 언급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마리아는 기다리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그곳, 최후의 만찬이 있던 다락방에서 마리아는 제자들과 함께 성령을 기다렸다. 마리아는 성유와 거룩한 향기로 가득한 성령이 교회에 내려와 구원 사명을 선포하는 날을 기다리며 성령의 스치는 날갯짓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리아는 처음부터 기다리는 동정녀였으며 또 끝까지 기다린 어머니였다. 인간적이면서도 신성을 담은 이 두 가지 경이로운 사건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마리아는 한없는 희망을 맛보았다. 마리아는 예수를 품고 아홉 달을 기다렸다. 가난을 봉헌하며 기뻐하는 친척들과 함께 율법이 완성되는 날을 기다렸다. 아들이 집을 떠나 돌아오지 않던 그날도 기다렸다. 마리아는 미루고만 싶었지만 풍성한 은총이 하느님 백성의 식탁에 흘러 넘칠 때까지, 십자가에 못박힌 외아들이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무덤 앞에서 홀로 밤을 지새우며 사흗날이 되길 기다렸다. '기다린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의 또 다른 면이다. 마리아에게 기다린다는 것은 언제나 사랑한다는 것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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