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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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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신부의 강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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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둘째주 연중 제6주일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루카 6.17.20-26)

 

신부의 강의료

(윤행도 신부. 마산교구 경화동성당 주임)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내가 지금 가진 것이라고는 3년전 구입한 SUV차량과 약간의 현금이 전부다.

자동차보험을 제외하고는 적금이나 보험 들어놓은 것도 전혀 없는

나는 부자라기보다 가난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복음에서 말하는 가난한 사람이 못된다.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재물을 대하는 마음가짐 때문이다.

  

사제서품 이후 몇 년 동안은 강사료나 집이나 차 축복등으로 주어지는

준성사 예물을 받게 되면 내 주머니에 챙기곤 했다.

언젠가 향심기도 강의를 하러 간 적이 있는데

왕복 5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오전에 두 시간. 오후에 한 시간을 강의를 하고

미사봉헌까지 마치고 돌아왔는데 강사료로 20만월 주었다.

금액을 확인 하는 순간 불쾌한 감정이 확 올라왔다.

 

그런데 한 번은 복지시설에서 한 시간 강의하고 50만원이나 받았다.

그때는 얼마나 미안하고 부담스럽던지...

선배신부님 중 한 분은 준성사 예물을 모두 별도의 통장에 모아 두었다가

레지오나 은빛대학 등 본당 여러 단체의 행사에 후원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십여 년 전부터 나도 그분을 본받아야겠다고 마음먹고 강사료를 따로 모아 두었다가 

연말에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렇게 하니 강사료를 적게 받거나 많이 받아도 불쾌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원래 내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생각했기에 불쾌하고 부담스러웠나 보다.

올해부터는 본당 재건축헌금에 보탬이 되고자 준성사 예물을 따로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명절이나 영명축일이 되면 본당사목위원들이나 교우들이

얼마나 주실까 기대하고 있으니 아직도 재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가진 것이 적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지만

복음의 눈으로 보면 단순히 가진것이 적다고 가난한 사람.

하느님 나라를 차지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니다.

가난하면서도 재물을 대하는 마음가집 또한 남달라야 한다.

가진 것이 적다고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욕심을 부리거나

타인의 것을 자기 것이라 여긴다면 그는 이미 가난한 사람이 아니다.

 

가진 것이 많지 않음에도 재물에 대한 욕심만큼은 여전히 남못지 않고

내 것도 아닌 것을 내것인 양 우기고 착각하고 살아온 날들이 너무 길고 길었다.

남은 삶 동안 가난의 덕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나는 가난하면서도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가난한 사람을 향한 걸음마를 아장아장 걸어본다.


(가톨릭 다이제스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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