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늠할 수 없는 사랑
"어머니가 수도원에서 돌아가셨대"
"예? 그 수도원에서요?"
수도원에 사는 내 친구는 홀어머니에 누나가 많은 집안의
외동아들로 가족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아이였다.
친구는 자신의 성소를 찾아 긴 시간 방황했고,
정착한 곳이 유럽의 한 관상수도원이었다.
입회를 하고 어려운 시간을 지낸 뒤, 첫 서원 하는 날.
수도원에 초대된 어머니는 아들의 첫 서원을 축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셨는데
갑작스레 그곳에서 돌아가셨다니.
"하느님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어떻해 어떻해 이러셔요."
친구의 슬픔을 생각하니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기보다
원망의 마음이 컸다.
그런데 그때 들리는 소리.
"그렇지 않았다면 어머니의 임종을 못 봤을 거다."
무슨 말이지??
아니 누구의 소리지??
몇 주 정도 지나 친구는 한국에 왔다.
수도원의 배려로 장례도 치르고 가족들도 만나라고
한 달의 휴가-
결단코 불가능한 휴가를 받았다고.
어머니는 아들의 첫 서원을 본 후 아들품에서 눈을 감으셨단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었기에 수도원 친구도 당황했고,
후의 과정도 복잡하고 수습하기도 어려웠는데
거짓말처럼 하나하나 해결이 되어갔단다.
그리고 평생 불가능하다던 한 달 휴가까지…
하느님의 은총과 어머니의 손길이 아니라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단다.
친구를 보내고,
하느님 사랑에 나는 밤새도록 그저 눈물만 흘렸다.
그때 마음속 소리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하느님을 향한 신앙의 길이 아름다운 건
가늠할 수도, 흉내낼 수도 없는 이 깊은 사랑 때문이리라.
-이젬마 수녀(전교 가르멜 수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