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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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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계란 위에 참기름 두 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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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넷째주 부활 제3주일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루카. 24.13-35)



계란 위에 참기름 두 방울

(한상우 신부.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


종신서원을 앞두고 홍천 수도원에서 30일 피정을 하던

어느 봄날이었다.

수도원 진입로에 콘크리트 포장을 하느라 산중에 메아리치는

형제들의 삽질 소리를 들으며 오전 묵상을 하고 있는데

점심떼를 알리는 꼬르륵 소리가 경당에 메아리쳤다.


바쁜 형제들의 수고로움을 덜고자 간단히 라면을 먹기 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주방문을 여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과 뜨겁고 이쁜 계란 후라이가

다소곳이 놓여져 있었다.

계란 위에는 향기 가득한 참기름 두방울까지...


그 땨뜻한 점심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비빔밥을 준비한 형제의 마음에 잊고 살았던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이 뜨겁게 밀려왔다.

비빔밥을 앞에 두고 눈물 콧물 흘리며 울었다.

빵을 쪼개 주셨던 예수님의 마음이 바로 이 마음임을

절절하게 느꼈다.

나는 그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마음의 비빔밥을 먹었따.


다음 날 새벽 미사를 봉헌하는데 들어 높여진 성체가

내게는 이쁜 후라이로 보였다.

이쁜 후라이는 모든 것을 다시 살아나게 만들었다.


부활은 서로를 살리는 사랑의 신비이다.

부활의 삶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맛보고 느끼는 생명의 삶이다.

그날 난 그냥 음식이 아니라 가장 살아있고

가장 기쁘고 따뜻한 마음을 받은 것이다.


사랑을 전달하는 사람의 마음을 통해

우리는 일상 안에 존재하는 예수님의 부활을 경험한다.

손수 차려주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다시 만나는 것이다.

우리는 분주하지만 예수님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아신다.

그것은 가장 좋은 사랑이다.


이틀 뒤 산을 올랐다.

흙길과 웅덩이와 바위길을 마다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히며

발을 보호 해주는 등산화가 새삼 고마웠다!


냄새나는 신발장에서 나를 기다려주고 목적지까지

나를 데려다주는 그 등산화를 통해 주님 사랑을 느끼며

또다시 마음이 타올랐다.

뜨거움이 삶의 본질이다.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먹고 마시고 대화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시간은 사뭇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부활은 추상적이지 않다.

비빔밥을 먹는 수도원 식당에서.

말씀을 선포하는 성당에서

부활은 살아있는 이 순간이 된다.


구체적인 일상을 통해 우리는 주님을 만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고 사람으로 만나게 하는 것이 부활이다.

가까이에 있는 그 사람이 다시 소중하게 보이는 것이 부활이다.


부활은 이미 거기에 있었다.

거기서 다시 뜨겁게 만날 뿐이다.

사랑이 영영 떠났다고 생각한 엠마오 길에서 사랑은

부활처럼 다시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다.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이 타오르는 일상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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