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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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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차동엽 신부의 가톨릭 이야기] 46- 십계명 속 보물찾기: 제3계명
name 운영자 (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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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일, 하느님 영으로 충만하게
 
 "'네가 삼가 안식일을 짓밟지 않고 나의 거룩한 날에 네 일을 벌이지 않는다면 네가 안식일을 '기쁨'이라 부르고 주님의 거룩한 날을 '존귀한 날'이라 부른다면 네가 길을 떠나는 것과 네 일만 찾는 것을 삼가며 말하는 것을 삼가고 안식일을 존중한다면 너는 주님 안에서 기쁨을 얻고 나는 네가 세상 높은 곳 위를 달리게 하며 네 조상 야곱의 상속 재산으로 먹게 해주리라.'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다"(이사 58,13-14).

파국을 겪고 나서야 유다인들은 철이 들었다. 영원불패하리라 믿었던 예루살렘 성전이 하루 아침에 함락당하고 나라의 인재들이 바빌론으로 끌려가 종살이하는 처참한 수모를 당하고 나서야,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뉘우쳤다.

그 뉘우침의 중심부에서 방금 인용된 예언(預言)이 메아리쳤다. '돈벌이'하느라고, '여행'하느라고, '상담'해주느라고 안식일을 짓밟았던 그들이었다. 세상의 일, 사람의 일, 제 앞가림할 일, 우상숭배하는 일에 골몰하느라고 안식일을 "뭐 다 사람 먹고 살자고 하는 노릇인데"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들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이스라엘 민족사에서 가장 치욕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이미 25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때 일에 치를 떨며 바빌론의 후예인 이라크를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있겠는가.

 그런데 안식일이 뭐가 그리 중요하길래 저런 비극이 초래됐을까?

 간단하다. 안식일을 거르면 하느님을 잃게 된다. 하느님과 연결 고리가 끊기기 때문이다.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은 가지가 말라 죽게 돼 있듯이(요한 15,6 참조) 하느님으로부터 이탈하면 그것은 곧 끝장을 의미한다. 하느님을 떠나면, 기도 곧 예배의 끈을 놓으면, 점점 영적 생명력이 고갈되게 돼 있다. 그것이 단기가 아니라 장기로 들어가게 될 때, 그 다음 기다려야 할 순서는 영적 고사(枯死)이다.

 주일은 안식일과 약간 다르다. 당시 사람들의 계산법에 따르면 원래 일주일은 월(月)요일이 아니고 일(日)요일에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7일째 되는 토(土)요일이 안식일에 해당했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에서는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예수님 부활이 안식일 다음날 아침 그러니까 일요일에 이뤄졌기에 이날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기념한다는 취지에서 이날을 주님의 날 곧 주일(主日)로 삼았다. 그러면서 주일을 안식일의 의미로 지내기도 하게 된 것이다.

 주일을 지내는 의미를 탈출기와 신명기는 각각 다르게 전한다.

 우선, 탈출기에 따르면 주일은 거룩하게 예배드리며 쉬는 날이다. "이는 주님이 엿새 동안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들고, 이렛날에는 쉬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님이 안식일에 강복하고 그날을 거룩하게 한 것이다"(탈출 20,11).

 하느님의 행동은 인간 행동의 모범이다. 하느님께서 이렛날 '쉬시며 숨을 돌리셨으니'(탈출 31,17) 인간도 역시 '쉬어야' 한다. 쉬되 '거룩하게' 쉬라고 하셨다. 이런 정신이 예배(禮拜)라는 말에 담겨 있다. 그런데 이 예배는 실제적으로 '거룩한 쉼'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는 마치 엄마 품에 안겨 재롱을 떠는 어린 아이가 엄마에 대한 절대적 경외심과 함께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과 같다.

 다음으로, 신명기에 따르면 주일은 식솔들을 일에서 해방시켜 주는 날이다. "그날 너의 아들과 딸, 너의 남종과 여종, 너의 소와 나귀, 그리고 너의 모든 집짐승과 네 동네에 사는 이방인은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여 너의 남종과 여종도 너와 똑같이 쉬게 해야 한다. 너는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를 하였고, 주 너의 하느님이 강한 손과 뻗은 팔로 너를 그곳에서 이끌어 내었음을 기억하여라"(신명 5,14-15).

 이집트 종살이할 때 하루도 쉬지 못했던 고달픔을 기억하고 안식일을 자신 뿐 아니라 남들도 쉬게 하는 날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슬하 사람뿐 아니라, 부리는 짐승 그리고 땅까지 쉬게 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탈출기 내용을 개인적 복음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면 신명기의 의미는 사회적 복음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주일은 나와 남을 위한 예배와 충전의 날이다.

 자동차 회사에서는 자사 제품인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 주려고 서비스 센터를 설치해 애프터서비스를 한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도 인간이라는 제품을 만들어 놓고 '서비스 센터'를 동네마다 세워놓았다. 성당이 바로 그것이다. 성당은 공인된 영적 주유소요 서비스 센터이다. 거기 가면 하느님이 직접 채용한 직원(성직자, 수도자, 사도직 봉사자들)들이 애프터서비스를 해준다. 거기서 우리는 안락한 휴식, 축복, 평화, 사랑의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그런데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가서 에너지 충전을 하고 영적 정비를 하려고  엉뚱한 곳으로 가는 것이다. 그 결과 월요일은 블루먼데이(blue monday) 곧 우울한 월요일, 눈가에 피로 기색이 역력한 월요일이 되고 만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숨겨져 있다.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는 동안 점점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 마침내는 하느님과 연결 끈이 삭아서 끊겨버린다는 것이 비극 중 비극인 것이다. 처음에는 마치 그것이 자유요 행복이요 평화인 듯하여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겠지만 언젠가는 깨닫게 된다. 그것이 자살행위였음을. 서두에 인용한 예언 말씀은 바로 이러한 비극의 한 복판에서 선포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처방이었던 것이다.

 곡해하지 말아야 한다. 예루살렘 성전이 멸망했던 것은 하느님의 능동적 심판이 아니라, 하느님을 잃은 민족이 겪은 약육강식의 쓰라린 체험이었다.

 주일은 예배와 충전의 날이다. 주일 날 거룩하게 쉬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살 길이다. 억지로 지켜야할 규정이 아니라 즐겁게 누려야 할 축복이다. 미사참례와 영성체는 우리를 하느님의 영으로 충만케 해준다. 우리는 그 힘으로 일주일의 신앙생활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꾸려간다.

 갑자기 병마가 밀려왔을 때, IMF의 시련으로 치명타를 입었을 때, 예상치 못한 적의 침략을 받았을 때, 하느님과 연결된 생명줄이 튼튼하면 거뜬하게 물리칠 수 있다. 주일을 거룩히 지냄으로써 우리는 이 생명줄을 더욱 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 주일은 '기쁜 날'이요 '귀한 날'이 아닐 수 없다. 주일을 거룩히 지내는 모든 주님의 가족들에게 '산등성이를 타고 개선하는' 축복과 '야곱의 유산'이 차고 넘치는 축복이 함께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일은 바로 나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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